나의 해방일지 : 무기력할 때 보면 좋은 드라마

1. 나의 해방일지의 줄거리

나의 해방 일지는 조용한 마을 산포시에 사는 삼 남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. 아무도 가둔 적은 없지만 어딘가에 갇힌 듯한 느낌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티는 염 씨 삼 남매의 모습을 각각 보여주고 있다. 나이가 들면 세련되고 발칙하게 살 줄 알았는데, 매일 길바닥에서 서너 시간씩 버려가면서 서울로 출퇴근하느라고 빠르게 늙어가기만 한다 생각하는 첫째 염기정, 욕망도 없었으면서 그냥 남들이 다 달리니까 덩달아 달렸던, 철없어 보이지만 사실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둘째 염창희, 누구와도 싸우는 일 없이 무던하게 살아왔지만 사실 티 내지 않고 있었을 뿐 사람들에 대한 실망이 쌓인 막내 염미정. 그리고 미스터리한 존재의 매일 술만 마시는 옆집 남자 구 씨까지 네 사람의 인생은 사회생활을 하며 누구나 한 번쯤 겪어봤을 우리의 현실을 이야기한다. 

 

2. 삶에서 해방되는 방법이란

드라마는 삶에서 해방되는 방법은 바로 이것이다!라고 콕 집어 말하지는 않지만 삼 남매와 구 씨의 삶을 그저 매일 보여주며, 그들이 변화하고 싶어서 하는 행동들, 스치는 대사들 속에 담아 우리를 깨닫게 해 준다. 

 

'지쳤어요. 어디서부터 어떻게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, 그냥 지쳤어요. 모든 관계가 노동이에요. 눈 뜨고 있는 모든 시간이 노동이에요.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고, 아무도 날 좋아하지 않고..' 드라마 초반 미정의 대사이다. 삶에서 해방되려면 일단 내가 무엇을 문제로 생각하는지, 어떤 것이 싫은지 깨닫는데서부터 시작된다고 생각한다. 그래서 이 대사를 들으며 미정의 해방 일지는 이제 시작되는구나 생각했다. 그리고 정말로 미정은 이후로 평소라면 하지 않았을 일들을 하나 둘 저지르기 시작한다. 구 씨에게 찾아가 자신을 추앙하라는 둥, 그렇게 들어가지 않겠다던 동호회를 직접 만들며 해방되고 싶다고 말한다. 누군지도 모르는,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는 구원자를 기다리던 미정이었지만 결국 그녀를 구한 건 본인 스스로였다. 

 

3. 드라마 감상평 : 우리는 해방될 수 있을까?

딱히 큰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닌데 왜 행복하지 않을까? 그렇다고 문제가 없다는 말도 못 하는 사람들. '아, 좋다. 이게 인생이지.'라고 진심으로 말했던 적이 있었던가? 기획의도에 쓰여있던 글이다. 나는 행복도 '해야 된다.'는 것처럼 되는 게 싫었다. 이제는 세상이 내게 행복도 강요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. 그렇게 강요는 하면서 세상은 내게 명쾌한 행복의 방법은 알려주지 않았다. 왜 일까? 

 

드라마는 각 인물들의 삶을 보여주며 다들 그 방법이 다르다고 말해주는 것 같았다. 그리고 이건 미정의 방법이다. "하루에 5분. 5분만 숨통 트여도 살만 하잖아. 편의점에 갔을 때 내가 문을 열어주면 '고맙습니다' 하는 학생 때문에 7초 설레고, 아침에 눈 떴을 때 '아 오늘 토요일이지.'10초 설레고 그렇게 하루 5분만 채워요. 그게 내가 죽지 않고 사는 법!" 어쩌면 이미 많은 책에서, 아니면 먼저 느껴본 사람들이 수도 없이 이야기해서 많이 들었던 것 같다. 그렇지만 드라마 속 캐릭터는 허구의 인물임에도 불구하고 내게 더 크게 와닿았다. 스치듯 본 책이나 영상 속 사람들이 아니고, 2시간이면 끝나는 영화도 아닌 몇 개월 간을 함께한 드라마여서 그런 것 같다. 이렇게 좋은 드라마를 만나는 것은 내게 설레는 일이다. 나도 매일 설레는 순간을 놓치지 않고 쌓고 있다. 그러니까 이 글을 보고 있는 당신도 자신만의 설레는 일 몇 초씩을 쌓아 해방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. 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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